신태용(55)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은 누구보다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중용했다. 그런데 해임 이후 새로운 지도자를 띄우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신태용 감독이 보지 않던 유망주를 살핀다며 치켜세워 씁쓸함을 남긴다.
인도네시아 매체 ‘노바TV’는 18일 인도네시아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이끄는 인드라 스자프리 감독의 인터뷰를 전했다.
인도네시아 A대표팀의 신임 감독인 패트릭 클루이베르트와 나눈 이야기를 털어놓은 인드라 감독에 따르면 “U-20 대표팀 일원인 옌스 라벤이 A대표팀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전임 신태용 감독은 눈여겨보지 않던 선수”라고 굳이 걸고 넘어졌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주 인도네시아축구협회의 갑작스런 해임 피해자가 됐다. 그들은 “대표팀이 달성해야 할 장기적인 목표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평가한 결과”라고 감독 교체 배경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축구팬이 깜짝 놀랐다. 근래 신태용 감독이 갑자기 해고당할 만큼 불안감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황당하다는 눈치다. 지난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동시에 잡은 신태용 감독은 눈부신 업적을 써내려갔다.
신태용 매직에 감격한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2027년까지 동행하는 데 합의했다. 여론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의 강력 요청이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PSSI와 재계약 당시 인도네시아 매체 ‘템포’에 따르면 선수단이 ‘신태용 감독이 남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진출권이 달린 최종예선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과 한 조에 묶여 월드컵 본선을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최초로 3차예선에서 승리 및 승점을 획득하기도 했다. 게임사이트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최종예선 A조 6개국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위치라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노려볼 만하다. 상상조차 못해본 월드컵행이 다가오자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름값만 보고 감독 교체를 택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비매너 행동도 했다. 인도네시아 언론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은 오전 9시 40분에 경질 소식을 듣고, 정오에 차기 사령탑 인물을 확인했다. 이전부터 뒤에서 몰래 감독 교체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신태용 감독에 뒤이어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클루이베르트는 선수 시절 아약스, AC 밀란, 바르셀로나,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빅클럽에서 활약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79경기를 뛰며 40골을 넣은 전설적인 스트라이커다.
지도자로서는 뚜렷한 이력이 없다. 네덜란드와 카메룬 대표팀에서 수석코치로 일했고, 감독으로는 퀴라소와 아다나 데미스포르(튀르키예)를 이끌었지만 6개월 만에 상호 해지했다.
클루이베르트는 인도네시아 연령별 대표팀을 둘러보는 것으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그와 이야기한 인드라 감독은 “인도네시아 U-20 선수들의 능력은 확실히 좋다. 클루이베르트 감독만 괜찮다면 국가대표가 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 초기 연령별 대표팀까지 겸임하며 지금 A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거 발굴했고, 최근 미쓰비시일렉트릭컵도 어린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출전할 정도로 미래를 도모했는데도 새로운 이름이 클루이베르트를 통해 언급됐다고 태클을 거는 모습은 불편함을 안긴다.